• 최종편집 2024-10-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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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이강문 기자] 오는 26~27일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 추진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조율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15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동성명에는 자유무역 추진과 함께 식량과 자원 등 공급망 투명화·강화를 위한 논의를 추진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악화일로로 치닫던 한중관계에 이렇게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개선의 물꼬가 트인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의 대중 견제가 심화되면서 중국도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미일 공조 강화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은 반도체 공급망을 비롯해 핵심 산업에서 상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중일이 인적교류 과학기술 지속가능한 개발 공중보건 경제협력·무역 평화·안보 등 총 6개 분야를 중점 의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중일 관계는 미중관계의 종속 변수로 보지 말고 공동의 이해로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중일이 기후변화나 의료, 에너지 등과 같은 미래 의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협력의 공간을 창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국과 갈등을 겪는 미국에선 오히려 중국 연구가 활기를 띠는데, 우리는 오히려 중국 전문가가 급감하는 등 싱크탱크 기능이 저하되고 있어 심히 우려가 된다.

 

중국의 전체 교역 중 한국의 비중은 20157.1%에서 올해는 5.3%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우리 제품의 경쟁력 저하 문제도 있지만, 중국이 의도적으로 자국 제품으로 대체하는 문제도 있다. 중국의 비대칭 디커플링 전략, 즉 중국은 세계에 덜 의존하고 세계는 중국에 더 의존케 하는 전략은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이런 의지를 갖고 있다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쉽지 않다. 한국의 투자전략과 교역구조를 다시 검토할 시기가 다가왔음이 분명하다.

 

중국과의 교역액은 2022년 말 기준 약 3104억 달러로 우리 전체 교역의 23%나 차지한다. 생산입지나 소비시장으로서 아직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또 여전히 중국은 우리에게 우호적인 시장이다. 중국에서의 한국산 대체는 가능하지만 한국에서의 중국산 대체는 불가능하다.

 

미국도 첨단산업이 아닌 분야에선 중국과 협력하며 중국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우리로선 미중 간 전략경쟁 심화를 기회로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한중 간 교역과 협력엔 신뢰가 대전제다. 상호 비우호적 정서 아래서의 협력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 한중 사이의 민간 및 기업 교류를 통해 현재의 교착 상태를 풀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중 간 이견이 점차 진영화, 구조화, 고도화될 가능성이 높아 심히 우려스럽다.

 

우리 정부가 말하는 당당하고 성숙한 관계의 핵심은 중국이 우리의 이익과 요구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드는 일이 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에 한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대외적 주체임을 보여줘야 한다.

 

중국이 한국의 외교적 행위를 한미 관계의 맥락에서 해석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있어 또 하나의 과제는 한미 동맹 강화, 역시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보다는 한국의 국익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한중관계는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큰 쟁점이다. 정부와 민간이 할 수 있는 게 따로 있다. 경제는 결국 민간의 영역이다. 민간이 할 일은 첨단 기술에서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제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인들이 잘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무엇보다 외교력에 신경을 써야 한다. 외교 자산 축적도 중요하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한국 외교부인 만큼 인적 자산과 연구를 축적해서 누가 대통령이 돼도 일관성 있는 외교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교부와 대외전략 전문가 집단 등은 흔들리지 않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시진핑 방한 같은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정작 외교의 기본을 다지는 게 더 관건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창호박사_08-1_speechkorea.jpg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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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창호 특별기고] 한중일 정상회의 개선의 물꼬를 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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